본문 바로가기
뭉실 이야기/뭉실이성교육

184뭉실이성교육4-발가락이 이상해?

by 내친구뭉실이 2008. 8. 12.

 

 

184뭉실이성교육4-발가락이 이상해?

 

내 발은 남들과 조금 다르게 생겼다.

물론 각각의 발이 다 다르지만 ^^:;

두 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보다 훨씬 길다.

 

어릴 적 엄마는 내가 딸인 게 마음에 들지 않았었고 그래서

나에게 살갑게 대해주지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그냥 그날 내게 심술이 났는지

어느날엔가 내 등짝을 때리면서 “너 때문에 아빠가 일찍 돌아가실 것 같다”고

혼을 냈었다.(성인이 되어 한동안 엄마에게 반항하며 엄마를 괴롭힐 때,

엄마가 이 말을 했었다고 따졌다. 엄마는 기억하지 못했고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런다. 하지만 나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너무 속상했으니까 ㅠㅠ

엄마는 ‘그 말을 했다면 네가 속상했겠다’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 기억은 오래토록

나를 아프게 했다. 어쩌라고? 자기가 낳아놓고 왜 나에게 그래? 그런 억울함.

둘째 발가락이 길면 아빠가 일찍 돌아가신다고 한다. 뭐 미신같은 거지.

여하튼 그 때문에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아빠가 나를 마중나오거나 나와 관련해서 움직이다가

차사고같은 사고를 당할까봐 항상 마음에 걸렸었다. 이그...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정말~~

자꾸 이런 얘기 쓰다 보니 울 엄마에게 미안하네~ 크크 그런데 사실인 걸 어쩌누.

엄마~ 이해하삼.)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였을 거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가족들이건 친구들이건 사람들이 있으면

양말을 벗지 않았다. 잠잘 때도 양말을 신고 잤다.

항상 발은 양말로 감싸고 있었다. 사람들이 내 발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하고

웃을 것 같아, 부끄러웠다.

 

양말을 벗기 시작한 것은 20대...

내가 내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한 이후다.

하지만 그것을 내면화하여 내 발을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기

시작한 시기는 30대가 넘어서니... 어릴 적 박힌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

얼마나 막강한지 놀랍다. 그게 어떻다고? 둘째 발가락이 좀 길게 생긴 게

뭐 그리 부끄럽다고? 그지?

 

각자에게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신체적 약점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어떤 이는 가슴이 너무 커서

어떤 이는 가슴이 너무 작아서

어떤 이는 유두가 너무 튀어나와서

어떤 이는 유두가 함몰되어서

어떤 이는 어깨가 좁아서

어떤 이는 어깨가 너무 넓어서

 

언젠가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그곳에 있던 20여명의 여성들이 각자 하나 이상씩은

자기신체의 약점이라 생각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기도 했다는 약점들.... 그래서 우리는 그룹안에서

솔직하게 그리고 용기를 내어 각자의 것을 꺼내 이야기하기로 했다.

모두에게 그것은 긴장되는 일이었다. 그만큼 그룹의 멤버들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 안에 있는 멤버들의 약점이 상호 반대되는 성질의 것들이 있는 거 아닌가!

위에서 들은 예처럼, 서로 반대되는 것들로 각자가 그 반대의 것을 부러워하며,

자기의 것은 부끄러워하고 자신 없어 했다.(당시 참여했던 분들의 양해를 구하지

않았으므로 일반적인 예를 들었다. 따라서 위의 내용은 당시 나왔던 내용과 같지 않다.)

 

와~~~

우리가 얼마나 우리 자신에 대해 자신 없어 하고

불만족스러워하고 부끄러워하는지...

우리가 만약 다르게 생겼으면 정말 괜찮았을지... 발이 커서 부끄러웠던 그녀가

발이 정말 작았으면 혹시나 발이 작아서 부끄러워하지는 않았을지...

그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사례를 들으면서

우리의 모습을 또 다르게 비춰보며 웃고 말았다.

“그래~~ 그게 어때서? 하하하”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너무 늦게 알아가는 것 같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사랑하는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아서... 자신도 모르게 자기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아파한다.

그게 어때서?라는 자신감...

그거 하나면 되는데... 호호 그게 참~~ 쉽지 않은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