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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정보

우리 동네 노숙자할아버지

by 내친구뭉실이 2012. 3. 31.

우리 동네 노숙자할아버지(얼마 전 끄적인 글 옮김 ^^:)

 

선한 얼굴이다. 주름은 깊고 얼굴은 오랜 시간 햇빛에 그을려 검붉은 색을 띄고 있다. 

그는 항상 역 주변과 시장통 길 은행 구석진 곳에서 잠을 잔다. 요즘같이 추운 철엔 항상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는 뭔가 아우라를 풍긴다. “걱정할 것 없다. 나는 이대로 충분하다”

어떻게 저런 모습을 갖고 있을까? 할아버지는 체구도 건장하다.

운동으로 혹은 노동으로 다져진 몸같이 그 연령대에 비해 키도 크고 건강해 보인다. 얼굴 또한 잘생기셨다.

신기한 건, 외모는 정말 지저분하고 몇일이고 몇일이고 씻었을 것 같지 않지만, 다른 노숙인들처럼 심한 냄

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때는 그냥 다른 노숙인이 아니고 뜻을 품은 은둔자이거나 도를 닦는 분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이곳에 이사와 산지 5년이 넘었는데, 할아버지는 언제나 비슷하시다.

 

그러다 어느 날 술이 조금 더 취하셔서 혼잣말로 듣기 안좋은 말을 하며 지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의 얼굴은 선하고 웃는 상이어서 나쁜 말은 안하실 줄 알았는데, 그도 화를 낼 때가 있나

보다. “그래 나도 살면서 화내고 분노할 때가 많은데, 할아버지도 그런 일이 아예 없을 리가 없지.”

항상 할아버지에게 밥을 사드리거나 더 따뜻한 옷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만 있고 실천을 못하고 있다. 사실

그렇게 말을 건네는 것이 할아버지에게 무례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싫어하실 것 같기도 하고 화내실까봐 무섭

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음... 여하튼 오늘은 날이 너무 추우니 할아버지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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