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사실 아직도 세월호에 대한 상세한 얘기를 하지도 쓰지도 보지도 못한다. 몇 줄 읽다가 가슴 중앙에 뭔가 딱 막혀버리는 느낌에, 목구멍 한가운데에 돋아나는 고통에 그 내용을 자세히 읽을 수가 없었다. 아무도 구해내지 못하고 그렇게 아이들을 비롯한 304명의 사람들을 그대로 죽게 내버려뒀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분노스럽다.
만약 내게 책임이 있는 현장에서 한명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보고를 받게 되었다면 나는 어떨까? 하늘이 노래졌겠지. 그리곤 현장으로 뛰어갔겠지. 그 한명이 죽을까봐 노심초사 모든 해결책을 모색했겠지.
세월호에는 304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밖에 해경이 왔으니 이제 걱정말라"는 아이들은 문자로 부모를 다독였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 밖에 도착한 해경을 본 아이들은 자신들이 곧 구해질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티비 뉴스를 접했던 나조차 그들이 구해질 거라 믿었다. 그런데 시간은 이상하게 흘렀다. 구출했다는 소식은 없고 점점 배는 그 차가운 바닷속으로 침몰해 들어가 사라지고 있었다. 뭐지? 이게 뭐지?
최근 밝혀진 박근혜의 머리손질과 화장 기사. 최순실이에게 인사나 국내해외정책에 대한 자문까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짓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그 소식을 들은 대통령이란 사람이 한 일이라고 겨우 나온 얘기가 머리손질에 화장이라니, 것도 방송사에서 밝혀내니 방어적 차원에서 20분 정도라니. 기함할 일이다. 인간이라면 그 누구라도 그 순간에 그들이 해명한 단 20분이라는 뻥마저도 천번 양보해 믿어준다해도. 인간이라면 그 시간에 그렇게 머리손질하고 있는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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